리트릿코리아(주)
새 글 알람 신청

[답사 보또보] 문화유산을 만나는 네 가지 방법

Jun 1, 2026


박찬희(보또보)


내 별명은 ‘보또보’다. 보또보는 ‘보고 또 보고’라는 말을 줄인 것이다. 사람들은 무엇을 그렇게 보고 또 보느냐고 묻는다. 그 대상은 한국의 문화유산이다.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부터 궁궐, 왕릉, 사찰에 이르기까지 헤아리자면 끝이 없다.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문화유산을 걷고 보는 건 설레는 일이었다.

사람들은 또 묻는다. 보고 또 보면 뭐가 보이냐고. 계속 보다보면 문화유산이 내게 말을 건네는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. 그 순간이 언제 올지,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온다는 사실이다. 그 순간에 이르면 이 세상에 나와 문화유산만 존재하는 기분이 들면서 문화유산이 이끄는 시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만 같다. 그럴 때면 말할 수 없이 기분 좋고 황홀한 희열이 밀려온다.

‘보고 또 보기’는 내가 문화유산을 만나는 네 가지 방법 가운데 하나다. 또 다른 방법은 ‘걷고 또 걷기’다. 이 방법은 주로 궁궐이나 사찰처럼 비교적 넓은 곳에서 사용한다. 처음에는 스케치하듯 가볍게 걷고 두 번째는 꼼꼼하게 살피며 걷고 세 번째는 걸음이 이끄는 대로 자유롭게 걷는다. 걷기 자체가 즐겁기도 하고 거듭 걷다보면 그곳과 깊이 교감한다는 느낌을 받는다. 그럴 때면 그 문화유산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비밀스러운 통로가 환하게 열리는 기분이 든다.

가끔 사람들은 왜 가고 또 가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. 그러나 같은 문화유산도 볼 때마다 새롭다. 처음 볼 때는 보이지 않던 점이 두 번째 보았을 때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세 번째 볼 때는 궁금하던 점이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한다. 이것이 문화유산에게 가고 또 가는 이유다. 갈때마다 새롭기 때문에 늘 새로운 문화유산을 만나는 것 같다.

마지막으로 오감을 활용해 문화유산을 만난다.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와 피부에 닿는 감촉에 집중하고 시와 글을 읽고 문화유산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노래를 듣거나 흥얼거리며 문화유산 주위를 맴돈다. 또 가만히 멈춰 서서 바라보거나 손가락을 움직여 유물의 질감을 상상한다. 이렇게 여러 감각을 동원해 문화유산을 만나다 보면 문화유산이 살아있는 생명체로 다가온다. 그때 나와 문화유산 사이에 끈끈한 교감이 생기면서 그 문화유산에 대한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진다. 이때의 기쁨이란!

오늘도 나는 문화유산을 찾아 길을 나선다. 그곳에 걸음해 그것을 보면서 나만의 방법으로 문화유산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조용히 문을 두드린다. 그리하여 문화유산이 한 자락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때면, 나는 푸른 하늘로 두둥실 날아갈 것만 같다. 나는 그때 들은 이야기 한 자락을 잡아 글로, 답사로 사람들에게 전한다.

추천 글